싸나이주부

싸나이주부 연재-아이의 거짓말

싸나이주부 2019. 7. 21. 11:50

거짓말은 나쁘다.
그러니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해!

하루는 하원하던 중에 딸아이가 아빠에게 색종이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빠, 유치원 같은 반 아이가 준 건데요. 읽어보세요."라고..
색종이를 열어보니.. 딸에게 보낸 편지 같은데,,, 내용이 서현이에게 기분 나쁘라고 쓴 내용이었다.
"네가 가만히 있는데. 이 편지를 준거야? "
"네, 걔가 저에게 줬어요."

최근 그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편지까지 써서 놀린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음번에 비슷한 편지를 받으면 버리지 말고 아빠에게 전해 달라 말을 하였다.

집에 돌아와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고..
만일 그 아이가 지속적으로 딸아이에게 괴롭힌다면 문제시해야 하지 않을까를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이번과 같이 똑같은 편지를 받게 되면 조치를 취하자고...

다음 날 같은 시간 유치원 하원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방문했었다. 마침 어제 딸아이가 말한 여자아이가 밖에 나와 있었고,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길래...
"얘,,, 어제 네가 우리 딸에게 편지 줬다면서? "

그랬더니.. 어제 일에서 대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고자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듣고 있으니,, 이 아이의 말은 내 딸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는데 내 딸이 나쁘게 행동하면 똑같이 행동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래 잘 알겠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말을 하고 유치원 선생님께 잠시 여쭈어보았다.

사정은 이러했다.
내 딸이 먼저 그 아이에게 "너는 빵점이야"라는 편지를 썼고,,
그에 기분이 나빴던 그 아이는 내 딸에게 "너는 뚱돼지야, 너는 멍청해, 너는 바보야"라는 편지를 보냈다는 거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딸아이가 교실에서 나와 함께 자리에 있었고.. 결국 아빠가 딸아이가 말한 이야기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상황이 되어버렸다. 순간 딸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운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들켜서다. 게다가 유치원 마치기 전에 청소를 하다가 남자아이랑 싸웠는데 서로 주먹질이 오갔던 모양이다. 그 또한 선생님을 통해 정확하게 아빠에게 알려져서 두려웠던 모양이다. 아마도 아빠가 몰랐다면 자신의 행동 원인은 쏙 빼고 자신이 당한 것만 이야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아빠로서 기분이 매우 상했다. 피아노 학원까지 차로 이동하는 데 차 안에서 계속해서 추궁을 했다. 그제서야 전후 사정을 다 말을 하는 딸아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딸아이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 "오늘 간식 없어"라며 피아노 학원으로 들여보냈고 돌아오는 길에 뭐가 문제인지를 고민했다.

대략 악순환적인 이 현상에 대한 답을 찾았다.
먼저 내 딸아이는 편지를 주고받았던 그 아이를 좋아한다. 옆에서 지켜본 그 아이는 내가 봐도 아이들을 이끄는 재주가 있어 보였다. 키나 덩치도 내 딸과 비슷하다.
입학 초기에는 서로 잘 지내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서로를 싫어하는 사이가 되었다.
말을 들어보면 방과 후 시간에 노는 동안 자신이 노는 데 서로가 침해하면 무척이나 배척한다는 것이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고 다른 집 딸로 마찬가지지만 집에서 자기가 최고라는 관점에서 살다 보니 서로가 타협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이라서 생기는 그런 문제들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좋은데 유치원에서 이루어지는 대인관계에서 힘의 논리가 적용되다 보니 서로 미워하고 폄하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내 딸이나 그 아이나 서로가 일등 하고 싶은 그런 아이들이다. 서로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은 성향이라 생기는 그런 문제였다.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에 와서 딸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어떤 일이 있었고,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친구와 평상시 어떻게 지내는지를...
마지막으로 왜 아빠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했는지를...


약 1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서 재차 생각을 해 봐도... 나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생략한 체 남의 잘못만 아빠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빠가 자기 편이라서 자기를 보호해 줄 거라는 생각에....

하지만 나는 딸아이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게 거짓말인지 모르고 아빠가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가 오히려 우리가 더 크게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만일 딸아이 말만 믿고 딸아이가 싫어하는 그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언쟁을 높였더라면,,,
우습게도 우리가 바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상황이지만,
천천히 두 어번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 줬더니, 나중에야 이해를 했는지.... 울면서 죄송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내 딸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못된 짓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게 되면
네가 저지른 잘못과 못된 짓은 더 커져서
너를 더 크게 다치게 한다.


때마침 오늘 일찍 퇴근한 아내에게도 미리 언질을 주어, 엄마에게도 오늘 저지른 이야기를 하도록 시켰다.
이렇게 한 이유는 아빠 선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엄마까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걸 심어 주기 위해서다. 그만큼 매우 심각한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고 싶었다.



오늘 나의 예쁜 딸아이가 거짓을 말했다.
대개는 거짓말을 하면 크게 혼내고 거짓말하면 벌을 받는다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단순한 훈육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 싶다. 단순한 훈육은 거짓말을 해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지라는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단순히 거짓말을 해서 혼내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로 인해서 발생되는 다른 문제들을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적어도 나는 어른이 되어 거짓말을 하지 않을 내 딸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고치기 힘든 몇 가지가 있는데, 거짓말이 그중 하나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해서 살면 그 모습이 당연시되어 어른이 되어도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가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 그래서 때론 거짓말을 한다.

Lee, K(2013)에 따르면 사람은 2살 때부터 거짓을 말한다고 한다. 이유는 유혹 때문에....
어린이에게 카드 뒷면의 내용을 맞추면 상을 주기로 하고 연구자가 밖으로 나가는 데, 이때 어린이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갈등하게 되고 잠시 뒤 어린이가 답을 할 때 카드 뒷면을 몰래 봤는지를 직접 물어보는 실험이 있는데, 2~3살의 경우 상당수 자신이 규칙을 위반했다고 고백하지만, 4~5세 이후에는 대부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MRI로 어린이의 뇌 앞부분(전전두엽)을 비교했을 때 나이가 들수록 전전두엽이 발달되는데 이 때문에 거짓말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전전두엽에 백질과 회색질이 존재하는데 일반인보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의 백질과 회색질이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Ariely, 2012). 더욱이 뇌의 형성과 성장과정을 고려할 때 사람의 뇌는 경험과 지식, 자신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결국, 종합해 볼 때, 어린이 때의 거짓말을 잡지 못하면 어른이 되면 당연히 거짓말이 생활화가 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이 거짓말이라면,,,
그 거짓말이 잘못된 것임을. 그리고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어릴 때 잡아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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