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이주부 연재- 편견의 시작
남자로서 가정주부를 한다는 것은 예전과 달리, 많이들 이해하고 수긍한다. 하지만 막상 가정주부로 생활을 해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정반대의 경험을 접한다.
우선 딸아이를 중심으로 얻어지는 편견과 시선이다.
김해로 이사 오고 난 뒤, 딸아이는 병설유치원을 다니고 있고, 전과 달리, 아파트 단지에 살기 시작했다.
아침에 딸아이를 매일같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데, 늘 부딪히는 어머니들의 시선이 먼저 느껴졌다. 그렇다고 속 시원하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어색한 인사와 흘겨보는 눈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처음 3월은 나를 매우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여러 어머니들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간헐적으로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같이 같은 시간대에 딸아이를 등하원을 시키다 보니 점점 궁금했던 모양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등원시킬 때 억지로 정장을 입고 간 적도 있다. 마치 일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는 내가 등하원시킨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루는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어떤 아이가 엄마가 없냐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딸은 엄마는 일하고 아빠가 집에서 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선가 그 뒤로 3월의 시선은 어디로 가버리고 4월부터는 자연스러운 인사가 오갔다.
잘은 몰라도 엄마가 일하고 아빠가 집안일한다는 소문이 표나지 않게 한 바퀴 돌았던 모양이다. 요즘은 유치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외친다. 내 딸아이 이름을 외치면서 “너희 아빠 왔어” 라고... 덕분에 하원할 때 꽤나 빨리 딸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아내 말로는 나름 아이들 사이에 셀럽이 되었다고 한다. 우습지만,,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전과 달리 최근에는 다른 아이 아빠도 종종 보이기 시작한다. 3월 중에는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최근 4, 5월에는 아빠들이 아이를 데리러 오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덕분에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렇게 적응해 가고 있다.
이젠 경비아저씨도 등하원 때는 당연히 딸을 데리러 오는 아빠라는 사실을 인지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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