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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주부 연재- 생활 속 편견 본문
편견은 유치원에서만 있지 않다.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후, 아파트 내에서도 편견이 존재한다.
하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 할머니가 딸아이를 데리고 다니던 나를 보면서 물어 본다.
“2교대인가 보네요”라고...
이곳 김해는 생산직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부산과 달리, 김해는 제조업체가 많은데 꽤나 많은 젊은 가족들이 제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2교내 업무는 일반적이다.
나에게 질문했던 할머니는 딸아이를 종종 데리고 다니는 나를 보며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할머니 생각에는 아빠가 2교대로 일하고 쉬는 날에 딸아이를 유치원에 등하원시키나 보다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처음엔 2교대라는 말을 잘 못 알아 들었다.
“네?”라고 대답만 했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오늘 회사 쉬는 날인가베”라고 재차 말씀을 하셨다. 그제서야 나는 그 말을 알아 듣고 웃으면서 서슴없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니요. 제가 아이를 육아하고 있습니다”라고..
무슨 오기였을까? 아마도 평상시 그런 편견과 시선이 싫었던 탓이었을까? 그냥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내가 가정 주부입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 같다.
순간 내 대답에 할머니는 순간 이해를 못하셨던지 어리둥절해 하셨다.
그래서 “아이 엄마가 일을 하고, 제가 집에서 가정주부합니다”라고 재차 말을 했더니 다소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셨다.
그리고 난 “안녕히 가세요. 나중에 또 뵐께요”라고 말을 건네고 발길을 재촉했었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남자가 집에서 가정주부 일을 한다고 하면 이해가 잘 안되시는 듯해 보인다. 말로는 요즘 그런 남자들 많더라고 말씀은 하셔도 눈빛은 얼마나 못났으면 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그분들의 경우 밖에서 일하는 건 남자가 할 일이고, 집안일은 여자가 할 일이다는 생각에 지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남자가 잘 났으면 밖에서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가 더 잘 났다면 여자가 밖에서 일하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닌가? 당연히 여자가 잘 났으니 반면 남자는 덜 잘 났을테고 그러면 남자가 집에서 일하면 매우 타당해 보이는데,,, 연세 드신 분들은 전혀 타당하지 않게 보이는 듯 했다.
반면 나이대가 젊은 사람들은 빈말이라도 반기는 듯 반응을 보여준다. “어머 그러세요? 멋지시다”“우리 집도 그랬으면 좋겠네” 라는 식의 말들... 아마도 매스컴에 많이 노출이 되는 연령대다보니 조금은 쉽게 이해해 주는 편이기도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여전히 눈빛은 연세 드신 분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사를 와서 딸아이가 이곳 유치원에 처음 들어갈 때 담당 교사와 면담을 할 때 우리 입장을 이야기할 때도 적잖이 새롭게 보던 모습이 선하다. 마치 TV에서 보던 그런 사람이 우리 곁에도 있었네라는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서 방문했던 학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학원을 문의하고 다닐 때, 여러 학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덩치가 큰 아저씨가 딸아이를 데리고 학원에 들어오니 저 덩치 큰 사람이 우리 학원에 왜 왔지라는 눈빛을 보냈다. 딸아이 학원 문제로 왔다고 하면 그제서야 내 왼편에 서 있는 작은 딸을 보면서 안도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 낮 시간대에 어른 남성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경계하는 듯하다. 하긴 요즘 세상이 위험하다보니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런 시선을 받는 나로서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나마 지금까지 말한 경험담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조금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경험으로는 식당에서 있었다.
그 때는 김해로 이사 오기 전 일인데, 당시 겨울방학이었고 새로운 유치원 다니기 전이어서 3월이 되기 전까지 줄곧 하루 종일 딸아이를 곁에 두고 있었을 때였다. 당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배우고 있을 때였는데, 발레시간에 맞춰서 백화점 문화센터에 데리고 다녔었다. 마치는 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집에서 저녁 준비하는 게 갑자기 귀찮아져서 백화점에서 먹고 가자고 아이를 설득해서 한식 뷔페를 찾은 적이 있다.
간만에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생각에 딸아이와 나는 즐거운 시간을 생각하며 식당을 방문해서 즐거운 저넉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한참을 이것저것을 가져다 먹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눈을 마주치니 그제야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 뒤로도 자꾸만 우리 쪽을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엔 혹시 우리를 아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내 기억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우리 둘이서는 든든한 저녁을 마치고 후식을 챙기러 후식코너로 가던 중에 듣기 싫은 소리를 접했다.
“요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잘 먹네”
“애 엄마가 없나보지, 이혼했거나”
“뭐 보기 좋잖아. 아빠가 딸아이하고 즐겁게 식사하면 좋잖아”
순간 그 소리를 듣는데 나 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겠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후식 코너에 내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아주머니 두 분이서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 표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또한 우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냥 넘겼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서 들으라는 식으로 딸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끼리 먹으로 온 거 알면 엄마가 서운하겠다. 엄마 맛있는거 사다줄까?”
딸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체, “그래요 아빠”하면서 열심히 동영상보면서 맛있게 과일을 먹었다.
그제서야 우리 대화를 들었는지 계속해서 힐끔 쳐다보시던 아주머니는 더 이상 우리 쪽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 모습이 편견이라는 걸 모른 체... 그리고 그런 편견이 남에게 실례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전보다 더 나은 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성별에 따른 일에 대한 귀천을 나누고 있다. 일에 대한 귀천이 없다고 그럴싸하게 외쳐대지만 정작 남자는 남자일, 여자는 여자일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특히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현실에서는 세대에 따른 시각이 여전히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70대 이상은 여전히 남존여비사상이 지배적이고, 그나마 최근 5~60대는 조금씩 이해해 가는 분위기다.
세상의 흐름과 모습은 남존여비사상과 관계없이 변해가는데, 유독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가 오래된 사상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아마도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이 옳다고 믿고 싶어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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