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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sam
와우 이제 방학이다... 내 딸아이는 벌써 신이 났다. 방학... 참으로 ... 언제 적 방학이던가.. 내가 어렸을 때 방학은 고모 집에 놀러 가는 기간이었고, 하루 종일 집에서 노는 게 좋았던 것이 방학이었다. 그리고 지금 딸아이의 방학은... 내가 함께 있어 줘야 하는 방학이다. 그나마 유치원에 다녀서 방과 후 과정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다음다음 주부터 약 1주일간은 밤낮으로 함께 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있는 게 싫은 것은 아닌데 뭘 시켜야 하나? 뭘 하고 놀지? 와 같이 숙제가 생긴 기분이다. 그리고 방과 후 과정에 도시락을 싸줘야 한다. 밥과 김치 그리고 김은 제공된다고 하는데.. 우리 딸아이는 벌써 다양한 메뉴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처럼 간단했으면 좋겠는데,, 반찬 주문..
매일 먹는 밥이 가끔은 지겨울 때가 있다. 밖에서 일할 때는 몰랐는데, 집안일을 하면서 삼시 세끼 차려 먹다 보면, 할 말은 아니지만, 식충이가 된 것 같다. 나 자신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을 정당? 하게 먹기 위해서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오늘 하루 무엇인가에 대해 목표를 잡아 일을 하고, 나의 경우는 글을 쓰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그간에 못했던 공부를 한다. TV에서 방영했던 삼시 세끼라는 프로는 정말 매 순간마다 이벤트가 있고, 구성원 간의 대화와 소통으로 재밌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집에서 혼자 있으면 절간처럼 조용함에 잠식되어 지루함이 배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다시 말해서 심심하다는 말이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딸아이를 설득하기 위해서, 때론 회유하기 위해서 오늘도 난 딸아이에게 정치를 펼친다. 꾸중할 때는 이전의 약속 불이행을 내세워 타당성을 앞세워 꾸중하고 딸의 무분별한 요구에 맞서기 위해서 법의 효력과 같은 규칙을 만들어 규제를 한다. 그리고 때론 우울하거나 기분이 상한 딸에게 권유와 회유책을 사용하여 얼른 정상을 되찾도록 조치한다. 오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아빠는 딸을 꾸중한다. 어제, 바로 어제 약속한 바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서... 그리고 엄한 아빠에 기가 죽은 딸의 기분을 돌리고자 아이에게 다른 조건을 제시하며 딸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좋게 만들려 한다. 딸에게 이런 힘을 행사하기 싫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생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심히 필수불가결하다. 이렇게 정치 노릇을 하지 않으면..
1. 세상에 태어남 아이가 태어나서 기뻐하고, 그때부터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3월에 태어난 아이는 정말 작았고,,, 가정을 만들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놀라울지는 몰랐다. 임신 10개월을 함께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준비하며,, 늘 즐거운 상상으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막상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10개월 동안 상상했던 그 이상의 기쁨을 맞이한다. 태어나서 신생아실에 있는 녀석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빠 엄마가 매일 같이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와서 보고 간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조리원으로 옮겨서 아이와 엄마 그리고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때 처음으로 기저귀를 가는 것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다..
우리 딸은 다행히도 미운 7살은 아닌 듯? 아니.. 미운 7살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작년까지는 대체로 아빠 말을 군소리 없이 잘 들었는데, 요즘은 매일같이 대화가 협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키웠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벌써 협상을 하고 조건을 달고,,, 주위에 물어보니 자연스러운 거라고는 하는데 나에게는 적잖이 당혹스럽다. 요즘은 협상하려 할 때마다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고 나름 엄숙하게 말을 한다. 협상하려 들지 마 그럼 딸아이는 다음과 같이 장난처럼 말한다. 장난처럼 말하면 덜 혼날 것을 아니까. 에잇, 배신자, 너무해. 이 소리를 최근 몇 달 전부터 자주 듣곤 한다. 하루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배신자가 무슨 뜻인지 아니? 그리고 뭐가 너무해? 네가 하는 일이 좋지 않으니까...
꽤나 많은 시간을 주부로 살다보니 이젠 편견을 즐기게 된다. 나를 위한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심리도 있겠지만 즐겨보니 재미가 있다. 자뻑이 심해졌다랄까? 오히려 당당하게 외치면 그러려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오히려 편견에 주눅이 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 반면 주눅들지 않고 그러려니하며 넘겨버리고 적절히 “내가 가정주부요”라고 외치고 다니면 의외로 사람들은 빨리 수긍하거나 자신들의 편견이 틀렸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모른척하거나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느새 부터인가 나는 스스럼없이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아 네. 제가 아내 대신해서 가정주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제 아내가 더 잘 버니 제가 당연히 집에서 일을 해야지요” “더 나은 사람이..
편견은 유치원에서만 있지 않다.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후, 아파트 내에서도 편견이 존재한다. 하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 할머니가 딸아이를 데리고 다니던 나를 보면서 물어 본다. “2교대인가 보네요”라고... 이곳 김해는 생산직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부산과 달리, 김해는 제조업체가 많은데 꽤나 많은 젊은 가족들이 제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2교내 업무는 일반적이다. 나에게 질문했던 할머니는 딸아이를 종종 데리고 다니는 나를 보며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할머니 생각에는 아빠가 2교대로 일하고 쉬는 날에 딸아이를 유치원에 등하원시키나 보다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처음엔 2교대라는 말을 잘 못 알아 들었다. “네?”라고 대답만 했었다. 그랬더..
남자로서 가정주부를 한다는 것은 예전과 달리, 많이들 이해하고 수긍한다. 하지만 막상 가정주부로 생활을 해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정반대의 경험을 접한다. 우선 딸아이를 중심으로 얻어지는 편견과 시선이다. 김해로 이사 오고 난 뒤, 딸아이는 병설유치원을 다니고 있고, 전과 달리, 아파트 단지에 살기 시작했다. 아침에 딸아이를 매일같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데, 늘 부딪히는 어머니들의 시선이 먼저 느껴졌다. 그렇다고 속 시원하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어색한 인사와 흘겨보는 눈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처음 3월은 나를 매우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여러 어머니들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간헐적으로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같이 같은 시간대에 딸아이를 등하원을 시키다 보니 점점 궁금했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