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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주부 연재- 일을 그만두고 주부생활, 그리고 뜻밖의 복병

싸나이주부 2019. 7. 1. 10:17

실직일 첫날,
걱정, 근심과 기대감이 섞인 20189첫날이다.
공식적으로 이날이 처음으로 정식 가정주부가 된 것일까?
내가 집에 있고, 아내가 밖에서 일을 하는 그런 시스템의 시작.

아내는 나보고 몇 달 쉰다고 생각하고, 집에 있으면서 아이 돌보고, 집안일 좀 하다가 시간을 내서 운동하고 살도 빼라고 위로했다.
나는 알았다면서 골프 연습도 열심히 하고 중국어 공부도 하고 잘 해볼게 라며 희망을 품은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실직자의 첫날이었지만 아내의 응원 덕에 의기양양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을 해 봐도 그 때 당시 나는 조금 쉬다 보면 금세 다른 일을 찾아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특히나 대학에서 계약교수를 역임하였고 그간의 연구실적도 남다르게 많았던 나로서는 매우 당연한 믿음이었다. 특히 최근 3년 간 14편의 논문을 게재했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충분히 다른 일을 잡아서 일을 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조롱하듯이 매번 어긋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실직일 첫 날, 아침에 기분 좋게 아내를 출근시키고 아이를 깨워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가볍게 산책을 즐겼다. 인근에 있는 낮은 산을 한 바퀴 돌고 와서 설거지를 하고 혼자서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여유를 즐기며 앞으로 할 일들을 나열하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약속했던 운동도 적절히 해가며, 중국어 공부도 하였다. 그리고 집안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빨래에서 집안 청소, 이외 집과 관련된 모든 일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처음 한 달간은 이전에 해 왔던 대로 집안일하면서 활기찬 주부생활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점차적으로 나도 모르게 어느새 무능력해 보이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데 그 때부터 초조함이 시작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약 10여 년 동안 학계에 몸을 담으면서 연을 맺었던 지인들과의 소통이 순식간에 단절되기 시작했다. 내 사정을 잘 알고 지내는 분들은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외 지인들은 학교를 그만 둔 순간부터 특별히 연락할 일도 없거니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알고 지낸 여러 기업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학회에 이사로 몸을 담고 있을 당시 활발하게 학회 활동도 했고 여러 논문 심사한 적이 있는데, 퇴사 이후 심사 의뢰가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 게다가 학술대회 소식도 단절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소속이 없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운 바가 큰 경험이었다. 특별히 남을 무시하거나 피해를 준적도 없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단절된 느낌을 받으니 너무나 서운함이 가득했었다. 게다가 그 경험은 나 자신을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나라는 존재가 불편했나?”
난 특별히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라는 자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주부 생활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나를 따라 다녔던 자문이 점점 나를 힘들게 했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면서 시작된 가정주부 생활은 남자로서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새롭게 발현되는 현상을 그러려니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되겠지만 다시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던 탓에 늘 고민을 달고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늘 생활에 만족보다는 불만이 쌓여갔고, 가정주부 생활에 대해 회의감도 가지게 되었다.

9개월이 된 지금은 조금은 많이 완화가 됐다. 그나마 완화가 된 이유는 욕심을 버려서다. 어차피 일을 그만둔 상태이고 가정 일에 매진하다보니 나 자신은 가정주부로 맞춤화가 되어가고 더 이상 이전의 일이 지금의 내 모습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씩 정리해 나가다보니 마음도 많이 안정이 되어갔다. 그저 그 간의 좋은 경험이 있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를 인정해 주고 가끔씩 안부를 물어주는 지인분들이 있어서 힘이 된다. 특히 서투른 아빠가정주부 생활에도 잘 따라주는 딸과 아내 덕에 조금씩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반기며 살아간다.
가정주부 생활을 하면서 내가 얻은 교훈은 새롭게 시작함에 있어서 의심하지 말고 일단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비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모습에 부정할수록 비용은 넘쳐나고 그에 따르는 불만족은 더 없이 복리처럼 불어난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주위에 나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 몇몇만 있어도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다. 그리고 나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양보다 질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본다면 더욱 더 효과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다.
나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우선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아내와 딸, 아들처럼 걱정해 주시는 분, 동생처럼 아껴주시는 분, 그리고 친형처럼 무조건 응원해 주는 분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의 인생 전환 노력은 성공적이라 본다.

계약기간이 다 되어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과 개인적인 노력을 놓고 생각해 볼 때 매우 무모한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흔들림 없이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9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를 돌아볼 때 그건 가능한 일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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