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gsam
싸나이주부 연재 - 신고식 본문
전업주부로 살 거라는 마음먹기 전에는 늘 한 걸음의 여지를 두고 살았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나도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설령 정말 주부로 산다고 해도 처음엔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어느 때보다 주부 이상의 주부처럼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되돌아 생각해보면 맨 처음 지닌 마음가짐을 이어가려는 데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특히 실직 이후에 가족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과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뭐라도 해서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
더욱이 육아를 잘 해 보이겠다는 생각…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다짐의 부담감 때문에 더 힘들었고 점진적으로 몸이 힘겨웠다.
흔히 이야기하듯이 밸런스가 엉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마도 살림을 대수롭지 않게 본 탓이겠지..
의욕에 넘쳐 생활했던 초기의 주부 생활은 점점 의욕이 식어가고,, 때마침 이사 문제로 이것저것을 살피고 준비하며 바쁘게 살았다. 게다가 이사하는 동안 크고 작은 분쟁으로 한동안 꽤나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았다. 그리고 올해 초 이사를 하고, 이삿짐과 집안 정리,, 이어지는 명절 준비까지
올 초는 정말 바쁘게 살았는데, 늘 부족함이 많은,,, 그래서 늘 우왕좌왕했었다.
결국 난 엉켜진 밸런스로 인해 난생처음 대상포진이라는 병에 걸렸다.
누가 뭐라고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혼자서 걱정거리를 만들고, 그것 때문에 병들고.. 말 그대로 쌩쑈를 했다.
대상포진 진단 결과 이후 3일차가 되는 날, 나는 마지막으로 응급실에서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러 왔다. 원래는 입원을 하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그냥 "회사 일로 바빠서 입원이 어렵다"라고 하니,, 그럼 3일 정도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고 해서 응급실에 왔다. 딸아이 혼자 집에 두기가 걱정스러워 결국엔 병원에 함께 와서 딸아이는 내 침상 옆을 지키고 있다.
금세 지겨워하는 아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있을 걸 그랬어요”…
그 소리에 조금 서운하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 편하자고 집에 혼자서 잘 있을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온 셈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집에서 가져온 태블릿을 내밀며 아이의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금세 얼굴이 환하다. 정말 솔직하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절로 웃음이 나온다.
3일차가 되니 이제 더 이상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대신 이마 부근에 피부병처럼 올라오는 흔적이 보였다. 마구 간지럽고, 조금은 귀찮을 정도..
대상포진 증상은 구정 설 전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구정 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머리가 아팠고,,,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넘기기만 하면 머리 한쪽이 욱신거렸다.
아내 말로는 엎드려서 스마트폰 해서 목이 이상이 생겨서 그럴 수 있다고 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 전 아내가 겪은 고통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목 주위에 부항을 뜨고 나면 훨씬 좋았기 때문에 자세가 좋지 않아 생긴 증상이라 믿었다.
그러나 설날 전날 밤과 설 당일에는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일어났다.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지금까지의 여러 증세를 키워드 삼아서 인터넷 정보를 찾아 들어갔다.
대부분이 가벼운 편두통 정도로만 언급할 뿐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그래도 머리가 아파도 너무 아프다는 생각에 상당 시간을 서칭했었다. 그만큼 두통이 내가 겪은 것 중에서 가장 심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이라는 말이 아마도… 여기에 적합할 것 같다. 원래 나는 어디가 아파도 고통을 크게 표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두통은 너무나 너무나 아팠다.
결국, 어느 누군가의 글을 통해서 실마리를 찾았다.
대상포진이란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고통의 과정이 너무나도 일치했다.
구정 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급한 김에 이전에 아내가 복용했던 대상포진 약을 먹었다. 그리고 잠자기 전 재차 복용을 했다. 그러니 신기하게도 두통은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약을 자제해야 하지만 너무 아프니 나도 모르게 절로 손이 가게 된다. 약을 많이 먹어서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다행히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인지 별 탈 없이 지나갔고 모처럼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프고 안 아프고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날 아내 출근을 준비하고, 딸아이 식사를 마치고 인근 메가 병원에를 방문했다. 마침 이곳 병원은 신경외과가 있어서 내 병에 적합할 거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안심이 느끼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의 진단은 역시나 대상포진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마이 아팠을텐데요?” 라며 위로의 말을 아주 쿨한 경상도 사투리로 날려 주시고...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나는 “뭐 네 ~~ 하하… ”하며 대충 대화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의사선생님은 한 마디를 더 했다. “와 이거 억시로 아픈데.. “ 하면서 나를 자꾸 쳐다본다.
마치 신기하다는 듯이...
의사선생님 말로는 머리로 오는 대상포진이 상당히 큰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웬만해서 견디기가 어려운데 멀쩡해 보여서 의외라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 초동대처를 잘한 덕이다. 확신은 없었지만 경우 수를 생각하며 최대한 유사한 병명을 찾아내고, 마침 집에 있던 약이 있어서 그나마 견뎠으니까... 사실 아프긴 설날 당일이 너무 아팠었다.
어쨌든 일주일 치 약을 처방받고, 현재 3일째 병원에서 수액과 항생제 투약을 받고 있다.
이곳 김해로 이사 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피로가 쌓였을까?
주부 생활을 6개월째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아무래도 진하게 신고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좀 더 느슨하게, 그리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으며 살아보자는 생각이 든다.
[머리 쪽 대상포진 증상]
1. 머리를 쓰담거나 빚질 할 때 머리카락 밑부분이 매우 아프다.
마치 날카로운 뭔가가 두피 밑으로 지나가는 느낌이다.
2. 목덜미와 아팠던 부위의 머리 쪽이 무겁기 시작하고 밤이 되면 쥐어짜듯이 아프다.
(이때부터 대상포진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
3. 매우 강하게 쥐어짜는 듯한 아프기 시작한다.
4. 머리 안쪽에서 이마 쪽으로 피부가 붉어진다. 마치 여드름 자국처럼 보인다.
5. 피부가 매우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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