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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주부 연재- 초보 아빠의 티 본문
유치원 하원 시간이 되어 딸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는데,
내 딸이 날 보자마자 시무룩해져 있다.
"무슨 일이야? " "무슨 일 있었어?"
"선생님한테 혼났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딸아이는 "아니요"라면 짧게 말을 끝낸다.
나는 궁금했지만 유치원을 마치고 바로 부산 처가 댁에 가야 했기 때문에 바쁘게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로 차를 올리고,,,
분위기를 살핀 후에 딸에게 다시 물었다.
"딸,,, 많이 안 좋아 보이네... 어디 아프니? " "필요한 거 있어?"
그제서야 딸은 입을 열었다.
"아빠, 아 오늘 유치원 남자 애들한테 가슴을 다섯 번 강하게 맞았어요" 하면서 울먹인다.
순간 집안일하면서 억눌러져 있던 분노라는 녀석이 올라왔다.
"뭐? 누가 그랬어? 상세하게 말해봐" 나는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졌고,,,
덩달아 내 목소리에 주눅들은 딸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아니, 아빠가 딸을 뭐라 하는 게 아니라... 딸을 때린 녀석들에게 너무 화가 나서 목소리가 높았어. 미안해... 좀 더 상세히 말해 줄래? "
상황을 들어보니... 남자 애들이 태권도 놀이하는데,, 한 녀석이 다른 녀석에서 내 딸에게 주먹질하라고 시켰고,,,, 평상시 잘 지내던 남자 녀석은 그 말을 듣고 내 딸의 가슴을 다섯 번 쳤다고 한다.
사정을 듣고 나는 더욱 분개가 치밀어 올랐지만, 목소리를 낮추고,,,,,
"아빠가 알아보고 그 녀석들 뭐라고 할게, 알았지?,, 많이 아팠어? "
딸은 그제서야 진정하고,, "아팠어요"...
잠시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딸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많이 아팠겠다.. 얼마나 속상하니?"
잠시 후, 나는 유치원 담임교사와 방과 후 교사에게 현 상황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강하게 문제가 있으면 공론화 시키겠다고 문자로 메시지를 전했으며 내일 만나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일단 딸아이와 나 자신을 진정시키고... 차를 몰아 처가 댁에 갔다.
딸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할머니와 재밌게 놀았고,,, 나는 내일 어떻게 따질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유치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어떻게 된 사정인지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어서 일단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사정은 이러했다.
평상시 내 딸이 매우 엄격하고 아이들 사이에서 무섭게 행동한다고 한다.
자신이 놀고 있는데 누가 방해하면 참지 못하고 훈계하듯이 했던 모양이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었는데... 내 딸아이가 또래 아이를 밀었는데 좀 강하게 밀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딸아이가 자기가 잘못한 것을 바로 인지하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선생님한테 꾸중을 듣고 재차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방과 후 시간에 오전에 일을 빌미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자아이들이 태권도 놀이를 한다면서 내 딸아이를 타깃으로 몇 대 쳤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폭력 행사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고... 담임 선생님은 그 점은 자기가 다시 타이르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난 내일가서 뵙겠다고 무거운 어조로 통화를 마쳤다.
분명 내 딸이 욕을 하고 밀친 것은 잘못이다. 당연히 꾸중을 듣고 고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폭력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서 퇴근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의외로 아내의 반응은 쿨했다.
"뭐 그럴 수 있어.. 근데 우리 딸도 잘못했네.. ㅋㅋㅋ 엄마 닮아서 시원하게 욕을 잘하는 구만 ㅋㅋㅋ"
솔직히 적잖이 당혹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잠시 후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어린아이들은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라고..
그 말을 듣고 자연스레 객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린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내가 바로 그 꼴을 하고만 셈이다.
초보 아빠의 티가 팍팍 나는 그런 행동..
아내의 말에 따르면, 크게 다친 것은 없으니 나머지는 유치원 선생에게 맡겨야 한다고 한다.
만일 반복이 되면 그 때가서 잘잘못을 따져도 늦지 않다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헐크 같은 마음이 이제는 평범한 초보 아빠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폭력은 나쁜 것이니 유치원 선생에게 폭력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폭력 쓰는 아이는 언제든지 또 그래, 언젠가 우리 딸아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가 맞아서 문제가 될 거야"라고..
그렇게 아이 육아 고수 아내의 조언 덕에 미친 헐크에서 벗어나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딸에게 어제 자기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 이해시키고,, 대신 맞은 것은 잘못된 것이니 아빠가 선생님께 다시 말하겠다고 위로하고 등원시켰다. 나는 유치원에 가서 어제 무겁게 언사 했던 점을 사과하면서.. 아내가 시킨 대로 폭력에 대해 좀 더 유심히 봐달라고 부탁하고 나왔다.
오히려 선생님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어제 문제로 조금 시끄럽겠구나 싶었던 모양인지 의외로 부드럽게 끝내니 되려 안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내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나 혼자 One way 할 뻔했고, 아이 문제를 더 큰 어른 문제로 확대시킬 뻔했다.
이번 사건으로 기저귀 갈고, 밥 먹이고, 옷 입혀주고, 목욕시켜주고, 같이 놀아주고, 공부시키는 것이 육아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초보 육아 아빠인 셈이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만들어지는 아이의 사회적 관계 문제까지 두루 살펴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까지 진정한 육아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만일 헐크처럼 행태를 부렸다면,,,, 참,, 우스운 꼴을 보일 뻔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며칠 전 하원 시키러 유치원에 방문했는데,,,
어머니 한 분이 방과 후 선생에게 한참 따지고 있었다.
모른척하고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내 딸아이에게 생긴 일이 그대로 그 어머니의 딸에게 일어났던 모양이다.
갑자기 머릿속에 지난 일과 함께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거참 신기할세... 신기 있나? "라며 혼자서 실소를 했다.
그리고 듣고 있다 보니 전보다 더 지능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혔던 모양이다. 특히나 이번에는 아이들이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여자아이 엄마가 직접 목격을 해서 문제가 더 커진 듯했다.
아마도 그 어머니는 이 일에 대해 공식적인 상대 부모의 사과를 원하는 듯했다.
맞은 아이와 그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정말 남 같지 않았다.
전후 사정을 떠나서 가장 큰 문제는 폭력은 정말 해서는 안 된다.
그 폭력이 정말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하던데...
Alink, et al.(2006)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약 4세(한국나이 5~6살)가 되면 도덕성이 발달되고 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면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된다고 했는데, 수치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을 공격함으로써 기뻐하는 아이라면 좀 더 잘 교육해야 할 것이라 본다.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도 아닌 유치원의 경우, 절대적으로 가정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부모의 폭력성, 부모의 무관심과 무반응(Shaw, Keenan & Vondra, 1994)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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